이천을 방문하면 쌀이 유명한 지역답게 한정식 집을 찾아가곤 합니다. 매번 한정식집을 갔다 오면 항상 느끼는 점은 다양하고 화려한 상차림으로 밥을 먹긴 먹었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곤 했다는 것이죠. 뭘 먹은 거지? 하는 느낌이랄까요.
사람들로 붐비고 또 붐비는 한정식 집에서 부산하게 먹느니 차라리 반찬 몇 가지에 메인 메뉴 위주로 나오는 일반 식당을 가야겠다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마침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여행으로 이천을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이전의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는 한정식집을 가지 않고 일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시래기 떡갈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게 된 곳은 이천 시래마루였습니다. (이천 시래마루 본점, 이천점이 있는데, 저희가 방문한 곳은 이천점이었네요)
외관은 깔끔했지만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였습니다. 어느 지방도로 옆에 있을 법한 식당의 모습이었죠.
이천 곳곳에 으리으리한 기와집의 한정식집을 뒤로 하고 가려니 처음엔 그래도 이천까지 왔는데 한정식집을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습니다.
메뉴판에서 시래기 젓갈정식, 시래기 수육정식, 시래기 두루치기정식, 시래기 떡갈비정식이 보이더군요. 수육정식과 떡갈비정식을 고민한 끝에 아이도 있고 하니 떡갈비정식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한정식 집과 다르게 상차림은 소박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초라하고 빈약한 상차림도 아니었죠.
오이김치, 묵은지볶음, 샐러드, 시래기무침, 들깨시래기국 등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반찬들이 깔리고 8~9가지 종류의 젓갈 모둠도 같이 나왔습니다. 메인 메뉴인 떡갈비와 뜨끈 뜨근한 가마솥밥도 뒤 따라 나왔죠.
식당에 들어서기 전 '그래도 한정식 집을 갔어야 했나' 하던 생각은 젓가락으로 시래기 무침을 한 움쿰 집어 먹은 이후로 금세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래기 무침 뿐만 아니라 젓갈모둠도 맛있었습니다. 원래 시래기 젓갈정식을 시키고픈 마음도 있었는데, 안 시키길 잘했네요. 젓갈모둠을 서비스 반찬으로 내어주니 말이에요.
젓갈종류가 다양해서 정확하게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이한테도 조금 집어서 주었더니 맛있다며 계속 달라고 하네요. 고소한 참기름에 버무린 젓갈이었는데, 나중에 따로 사서 아이 반찬으로 줘도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들깨 시래기국도 좋았습니다. 들깨 수제비, 들깨 칼국수, 들깨 삼계탕은 먹어봤어도 들깨 시래기국은 처음 먹어봤거든요. 작은 버너에 끓여서 먹었는데 추운 날씨에 고소한 시래기국을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모두 다 먹어 치웠네요.
메인 메뉴는 떡갈비지만, 개인적으로는 상차림으로 딸려 나오는 소박하지만 건강한 반찬들이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한정식집과 달리 적당한 가짓수의 반찬으로 선택장애 없이 즐기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들깨 시래기국, 젓갈모둠, 시래기무침, 묵은지볶음김치 이렇게만 있어도 공깃밥 2~3 공기는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메인 메뉴인 떡갈비와 가마솥밥도 먹을만 했습니다. 확실히 이천은 쌀이 좋아서 그런지, 밥에서 윤기가 좌르르 흐르더군요.
밥을 먹으면서 우리 동네에도 체인점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나름 동네에서 유명한 한정식집과 비교해도 가격과 음식 맛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배고픔과 굶주림 속에 식당을 방문했다는 점,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세요. 사진 한 장 찍을 정신없이 먹고 나오기만 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시래마루 이천점
시래마루 이천점 주소는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서이천로 920 입니다. 근처에 도예촌 쌀밥거리가 있어서 으리으리한 기와집 한정식 집들이 많긴 합니다.
가격은 정식류 16,000원대이고,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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